1986년 부천서 성고문사건을 폭로, 민주화운동의 하나의 상징을 자리잡았던 권인숙씨가 여성으로서의 사랑과 결혼, 일과 육아 등에 대한 생각을 묶어 책으로 펴냈다. 86년이후 독재타도 투쟁은 물론 노동운동에 헌신했던 저자에게 지금껏 기억에 남는 말은 고 조영래 변호사의 "젊어서 놀아"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당시 그녀는 '집단'과 '대의'라는 이름에 속해 있었고 그것은 또다른 '눌림'이 아니었을지. 그녀는 그러한 '무거움'이 주는 무게를 떨치고 여성학 공부를 위해 미국 유학을 결심한다. 여성학을 택한 이유는 사회적 사명의식이나 공명심 때문이 아이었고 오히려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절박함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존중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책은 성고문 사건의 주인공이자 노동운동가로 살아야했던 시절이 자신의 내면을 압도했던 때에 느꼈던 솔직한 심경과 성찰, 여성학을 공부하여 교수가 되기까지의 과정, 딸 강이를 키우며 느꼈던 여러 이야기가 담겨있다. 또한 '똥' 이야기를 하며 딴지일보의 열성당원임을 고백하거나 중독일 정도로 빠져들었던 텔레비젼 시청 등, '권인숙'하면 떠오르는 생각들을 보기좋게 배반하는 '생활인' 권인숙에 대한 글들도 실려있다.
치열하고도 암울했던 80년대를 거쳐가며 스스로 선택한 길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과 애정을 숨기지 않는, 행복한 페미니스트 권인숙이 전하는 당당한 여성이야기. 이문열의 『선택』과 비교해 읽으면 더욱 재미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