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을 보통사람들보다 탁월한 인간이 자신의 과오가 아닌 운명적인 힘에 의해 몰락하는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불꽃처럼 빛났던 성공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추락이 순식간에 교차하는 자클린느 뒤 프레의 삶이야말로 전형적인 비극이 아니었을까.
다섯 살에 처음 첼로를 배운 순간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한 그녀의 재능은 이내 카잘스, 로스트로포비치를 비롯한 당대 최고의 대가들마저도 탄복하게 했다. 열다섯 무렵에 공식적인 데뷔를 한 후, 음악계와 공연장의 ‘장미’는 또 다른 신동 출신의 연주자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을 만나 결혼을 한다. 이 희대의 결혼에 뒤 프레의 유대교 개종이라는 흔치 않은 사건이 함께해 세계 음악계는 한층 더 술렁였다.
그러나 음반과 공연으로 최고의 자리에 서자마자 찾아온 다발성증후군으로 뒤 프레에게 남은 인생은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와 점점 굳어가는 몸을 가지고 죽음을 기다리는 것밖에는 없었다.
신동이었다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음악가를 기억하는 층위는 대개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자서전이나 다름없는 이 책(저자 캐럴 이스턴은 뒤 프레의 구술을 바탕으로 이 책을 저술했다)에는 이 상투적인 비극의 드라마 아래에 또 다른 드라마가 숨어 있다. 작가는 뒤 프레의 삶을 음악적 성공을 중심으로만 뒤쫓지 않고 신동으로서, 직업연주가로서, 육체적 병과 은유로서의 병에 시달리는 여자로서 겪어야 했던 심리 상태를 중심으로 엮어나간다. 그래서 음악보다 더 길었던 그녀의 삶이 3중으로 고립되어 있음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