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한국 디자인의 현실을 되새겨보는 책
디자인 경쟁력을 외치고 있는 오늘 날, 정작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의 한국 디자인의 정체성과 그 방향성을 묻고 있는 책으로 한국 디자인의 현실을 되새겨보고 있다. 디자인 현상은 날로 증폭되어가지만 디자인 경험은 날로 빈곤해지고 있으며, 구호에서 시작하여 포장이 되고 어느덧 쇼가 되어버린 지금 이 땅의 디자인은 점점 그 실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문제의식이다.
세계화의 또 다른 얼굴은 지역화라는 측면에서 저자는 한국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 실시된 지방 자치 제도를 주목하고 있다. 이 땅의 디자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지역 정체성 찾기에 분주해졌고, 그런 가운데 가장 손쉬운 해결사로 디자인이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런 일사불란한 정체성 찾기(혹은 정체성 지우기) 작업은 결국 단군 이래 처음으로 완전한 문화의 획일화, 이미지의 평준화로 치닫게 되었으며 개발주의의 장식품 또는 지역 정치의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 디자인은 언제 우리의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모두가 세계화라는 이름에만 매달려있는 이때, 지금 이 땅의 디자인 현실을 정직하게 볼 것을 저자는 주문하고 있다. 시민들의 미의식은 날로 세련되어 가고 있지만, 시민 사회의 자율성이 부재한 곳에는 관료주의 미학이 대신 들어선다는 점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