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리 북역 근처의 서민아파트. 이곳에 갖가지 사연을 지닌 갖가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 작품은 그들 각각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하나씩 풀어놓는다. 그리고 그 사연은 모두 ‘아파트 지붕 위에 던져진 신발 한 짝’과 연관되어 있다. 주목받는 프랑스의 차세대 작가인 저자는 우아하고 경쾌한 문체, 철학적 유머로 고립된 듯 연결된 현대인의 미묘한 존재를 매력적으로 포착한다.
이 다채로운 사연들을 감싸안는 것은 어렴풋한 슬픔, 또는 쓸쓸함, 외로움 같은 하나의 정조이다. 이들은 저마다 가슴 깊은 곳에 외로움과 슬픔을 안고 있다. 모두가 한 지붕 아래 저마다의 외로움을 품은 채 서로 스쳐지나간다. 서로 이어져 있지만 외로운, 또는 외로움 때문에 서로 이어진 이들의 모습은 그래서 현대성의 한 단면을 날카롭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때, 지붕 위에 덩그러니 놓인 신발 한 짝은 사람들의 근본적인 고독을 환기하는 상징이 된다.
한편 이 쓸쓸함은 경쾌하면서도 사색적인, 언뜻 냉소적인 듯도 보이는 소설의 문장 덕에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열 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열 명(과 한 마리)의 목소리는 저마다 개성적이고, 저마다 격정적이거나 냉소적이거나 유쾌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삶에 충실하다. 하지만 곳곳에 깔려 있는 사색과 유머가 섞인 시선이 그들의 이야기에 적절한 거리감을 주면서 소설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