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하고 섬세한 감각과 문체로 특히 여성 내면에 대한 탁월한 심리묘사가 압권인 작가 한정희의 세 번째 단편집이다. 이번 소설집에서 비교적 선명한 주제를 가지고 반복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작품들은 중년 여성들의 삶의 위기에 대한 것이다. 삶에 대한 일정한 이해를 거친 이후에 다시 겪는 자아에 대한 공허함, 사는 일의 진부함에 더 이상 속고 속이고 싶지 않다고 하는 최소한의 자기 존엄, 그리고 어떤 새로운 도전에의 길로 스스로를 던지지 못하고 어영부영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기 환멸 같은 그런 복합적인 감정과 또렷한 자기의식 등이다.
작가는 '삶의 진부함이라는 감옥에 갇힌 수인'이라는 관점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 중년들을 바라보며 존재의 위기에 직면한 등장인물과 그들의 일상을 남김없이 그려 보임이고 있다. 이것은 때로는 고통스럽게, 또한 때로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생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