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현대문학의 상징 응구기 와 티옹오
탈식민주의 문학과 아프리카 문학의 분기점을 이룬 작품
아프리카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치누아 아체베 등과 함께 탈식민주의 문학을 이끌어온 응구기 와 티옹오의 대표작 『십자가 위의 악마』가 국내 초역되었다. 『십자가 위의 악마』는 영어로 작품 활동을 하던 응구기가 케냐의 토착어인 기쿠유어로 돌아와 쓴 첫 작품이자, 기쿠유어로 쓰인 최초의 현대소설이기도 하다. 1977년 응구기는 케냐의 지배층을 풍자한 희곡을 집필, 상연했다가 교도소에 수감되는데, 그곳에서 화장지에 몰래 써내려간 작품이 바로 『십자가 위의 악마』다. 영어로 집필한 작품들을 통해 세계적 명망을 얻은 작가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자신의 문학 언어로서 영어를 폐기하고 제임스 응구기라는 영어식 이름도 버린다.
이 작품의 출간 직후 결국 응구기는 조국을 떠나 미국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야 했는데, 그의 작품세계뿐 아니라 개인사의 면에서도 전환기에 놓인 중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 작가의 문학적 행보에서도 의미가 크지만, 『십자가 위의 악마』는 신식민주의에 대한 신랄한 고발, 민중의 언어와 문화전통에 뿌리박은 문학의 시도 등의 면에서 탈식민주의 문학과 아프리카 문학 역사에 한 분기점을 이루었으며, 그를 통해 세계문학의 외연을 한층 확장해낸 작품이다. 작가는 스스로 한국 구비문학의 정신을 되살린 김지하의 『오적』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으며, 작품에서 다루는 현실 또한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와 꼭 닮아 있어 한국 독자들에게는 낯선 나라의, 하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