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때, 아끼던 시계가 망가져 버리자 자신의 삶마저 정지시켜버린 듯 살아가는 할아버지를 보며 충격을 받았던 '나'는 어른이 된 후, 남들이 겪은 일들을 글로 옮기는 작가가 된다. 원고는 늘 정해진 기한에 반드시 넘기는 것을 철칙으로, 지금까지 한번의 늑장도 없이, 그렇게 돈도 벌고 이름도 날리며 그럭저럭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턴가, 더이상 새로운 이야깃거리들이 생겨나지 않았다. 만나는 사람이 바뀌고, 초대받는 파티장이 달라져도 종래엔 모두 비슷비슷한 그렇고 그런 이야기 뿐. 사람들은 여전히 시간이 없다고 불평을 하며 따분해 죽겠는 일상을 토로하고, '나'는 급기야 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 후, 새로운 무언가의 필요를 느끼며 여행을 나선다.
그러던 어느날 오래된 바닷가 마을 끝, 제방 위에서 깜빡 잠이 든 나. 무언가 코를 간질여대는 통에 화들짝 눈을 뜬 나는 이제까지 한번도 본 적 없는 짤막한 다리와 가느다란 팔을 가진 디테만(Tide+Mann)과 조우한다. 기억 속에서 튀어나왔다는, 이 작지만 단단한 어깨를 가진 꼬마. 이 책은 잃어버린 '순간'을 찾아다니는 디테만의 여행을 기록한 '나'의 일지다. 어린왕자처럼 여정 중에 만난 사람들과 색다른 경험을 통해 '시간'에 대한 여러가지 철학적 성찰을 담백하게 담고 있다. '순간'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짧은 '순간'을 할애하기에도 너무 바쁜, 그런 어른들을 위한 철학 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