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레의 소설에는 미국이 왜, 어떻게 해서 베트남전쟁에서 패배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대답이 담겨 있다. 미국이 베트남에 패배한 것은 감당할 수 없는 정글 때문도, 거미줄처럼 얽힌 땅굴 때문도 아니었다. 베트남 사람들이 옳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백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무기를 지니고 있었지만, 베트남 사람들이 미국보다 백 배는 옳고 천 배는 더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가 최후로 내세우는 미덕인 그 잘난 전우애보다 베트남 사람들의 동포애가 만 배는 더 뜨거웠기 때문이다. 어떠한 무기도 인간을 능가할 수 없으며, 어떠한 이념도 인간에 우선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반레의 소설은 슬프고도 장엄하게 보여준다. - 표지의 글 중에서
베트남 전쟁을 몸소 체험했던 자신의 실화를 바탕으로 미국의 패인과 베트남 민족의 숭고한 정신을 되살린 베트남 작가 반레의 작품. 이미 국내에 소개되었던 구엔반봉의 『사이공의 흰 옷』, 바오닌의 『전쟁의 슬픔』등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 역시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승과 황천을 오가며 전개하는 색다른 이야기 구조로 여타의 전쟁소설과는 또다른 묘미를 보여준다.
작가의 본명은 '레 지 투이'. '반레'는 베트남전쟁 중 전선에서 죽어간 친구의 이름이다. 친구 '반레'는 총탄이 빗발치는 전선에서도 틈만 나면 시집을 읽고 시를 짓던 시인 지망생. 하지만 친구는 죽고, 자신 만이 살아남아 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76년 으로 데뷔하자, 시인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전장에서 죽어간 친구 '반레'의 이름으로 계속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