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는 지금 맨발로 앉아 글을 쓴다. 나는 태어날 때 맨발이었고, 지금도 맨발이다. 내 발은 길다. 발이 이렇게 긴 이유는, 어렸을 때 쇠똥을 많이 밟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109쪽)로 '달빛 산책'("달맞이꽃 어린싹을 뽑아버린 일을 후회한다. 그 어린 싹은 내 우거의 동편 나무 기둥 밑 주춧돌 아래 있었다. 지난해 그 자리에 났던 어미나무가 떨어뜨린 씨앗이 자란 것이다" - 100쪽)을 하다보면 '새들이 날아간 자국'을 발견할 수 있을까?
'풍경을 빌어 마음을 담아내는 그림'을 그려낸다는 평을 듣고 있는 박영대 화백의 이 책 속에 답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림을 그리는 '틈틈이' '여백의 시간'에 썼다는 말이 지나친 겸양으로 들릴 정도로 글과 그림의 깊이가 만만치 않다. 섬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장년이 되어 수영을 배우는 까닭, 사계절이 지나가며 길에 흘린 것들을 주워 갈무리한 낙수유감, 동식물 등의 이웃들과 함께 살며 느꼈던 감상들이 책 속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스물세 꼭지의 글이 멈칫거릴 틈도 없이 읽혀지는데, 장석주씨의 평처럼 "마음에 이는 크고 작은 파문들을 건져내 문자로 푸는 그이의 솜씨"가 훌륭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