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읽어주는
도시, 공간 건축의 속삭임
때로는 예술이 되고, 기억이 되고, 삶이 되는 건축
그 안팎의 이야기 타래들
‘공간’과 ‘스토리텔링’에 대한 현대인의 욕망
“어디 사세요?” 누군가 물었다. “아파트 살아요.”
도시인들의 주거는 대부분 아파트나 빌라, 주상복합 오피스텔처럼 여럿이 비슷한 공간에 모여 살아야 하는 형태일 수밖에 없다. 이 집이 저 집이고, 저 집이 이 집인. 약간의 차이뿐이지만 그래도 그 약간의 넓이 차이가 어마어마한 가격 차이를 만들어버리는, 도시의 집.
그래서인가 보다. 사람들은 자기 집에서 향유하기 힘든 어떤 ‘느낌’ 혹은 ‘분위기’를 외주로 줘버렸다. 인테리어가 독특한 카페나 레스토랑에, 교외나 도심의 ‘사연 있는’ 건물에 마음을 빼앗겨 찾아간다. 도심에서 만나기 힘든 한옥을 개조한 가게나 공방, 한옥마을 등이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것도 이미 수년이다.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지점은 단순히 건물의 외양이 아니다. 거기에 얽힌 역사, 이야기, 그리고 다른 곳과의 ‘차이’다.
이런 시대에 매력적인 공간을 이루는 이러한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읽어내며, 건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는 이가 있다면 어떨까?
『건축이 건네는 말』은 건축가 최준석이 길 위에서 건축물을 만나며 폭넓은 상상력과 감수성으로 감응해온 이야기를 직업인으로서, 예술 애호가로서, 생활인으로서 풀어낸 에세이다. 지난 2010년에 『어떤 건축』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세상에 나온 이 책은, 이후 집을 증·개축하듯 변화한 시대에 맞춰 부족한 부분은 보강하고 덜어낼 부분은 과감히 덜어내고 필요한 부분은 추가하여 새롭게 완성했다.
지은이는 선유도 공원, 쌈지길, 종로타워,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등 현대적인 도시의 명소에서부터 추사고택, 소쇄원, 선교장 등 전통적인 고택과 구엘 공원, 롱샹 성당,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에펠탑 등 이미 전설이 된 해외 건축가들의 걸작에 이르기까지 총 30곳, 다양한 건축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그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는 법 없이 건물과 그것이 세워진 지역의 역사를 짚어내고, 건축가의 건축 철학을 들려주며, 예술과 함께 건축물을 바라보며 상상력을 펼치고 장소에 의미를 부여한다. 여기에 ‘리노베이션’ ‘계단’ ‘마천루’라는 키워드로 엮어낸 세 개의 건축 이야기에서는 풍부하고 흥미로운 해외 사례를 들려주며 국내 건축의 방향을 모색하기도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도면을 그리다가 현장을 나가고 사람을 만나고 일을 논의하고, 그러다가 이유 없이 답답해지거나 하는 일이 새삼 생경하게 느껴지거나 뭔가 마뜩치 않은 마음이 들 때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 요량으로 나는 글을 쓴다.
-「책을 내며」 중에서
지은이는 글을 왜 쓰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의 말처럼, 이 책은 건축가가 건축물에 대해 쓴 ‘조금 다른 이야기’다. 그는 건축에 대해 말하지만, 이야기는 ‘건축물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