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영국에서 출간되어 호평받은 『Comics, Comix & Graphic Novels』가 『만화의 역사』라는 국내명으로 번역 출간됐다. 많은 수의 만화 개론서가 참고하였다는 풍부한 자료와 체계적인 설명이 돋보이며, 특히 600여 컷의 컬러 도판은 이 책의 특별한 장점으로 꼽힌다.
원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만화라는 장르가 아이들을 위한 만화신문(comic papers)에서 60, 70년대의 반체제 만화(comix : X등급 만화를 뜻함), 그리고 '만화도 하나의 예술장르'라는 인식을 반영한 그래픽 소설(Graphic Novels)로 발전하기까지의 역사를 보여준다.
19세기 말에서 현재까지, 만화의 발전과정과 만화 기법, 스타일의 변화를 논하며 유럽, 영국, 미국, 일본의 만화를 고루 언급하고 있어 세계 만화사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인쇄술의 발달로 시작한 전단지 형태의 풍자만화에서 50년대 여성만화, 반체제 만화 운동을 주제로 한 comix, 영미권 만화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일본 만화 등. 묵직한 두께가 전혀 지루하지 않게 다가온다.
어떤 신문에서도 책이나 영화 평론에 비교할 만한 지면을 만화 평론에 할애하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만화는 더욱 자유로운 매체로 남을 수 있었다는 저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만화, 이 장르는 참 특이하게도 홀대와 무관심이 클수록 더욱 강해진다. 아트 슈피겔만은 이를 두고 '만화는 비평이라는 레이더망을 피해 저공으로 비행한다'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비평가들의 무관심 속에 놓여 있으면서도 동시에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 보이기에 더없이 좋은 유희의 공간. 이 매력적인 만화의 세계를 이해하기에 완벽한 지침서가 되어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