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한일 관계사 속에서 한국 기독교가 담당한 사회적 역할과 그 논리 구조를 사상사적으로 분석한 연구서이다. 저자는 1884년에 전래된 한국 개신교가 근대 국민 국가를 향한 변혁과 좌절, 그리고 식민지 시기와 민족 분단 시대를 경험한 한국 현대사와 교착하면서 두 가지 유형의 역사 인식을 유산으로 남겼다고 보았다.
하나는 자본주의적 약육강식의 질서를 수용하고 그 질서 안의 모순을 약자에게 이전할 수 있는 강자의 특권을 욕망하는 역사 인식이며, 다른 하나는 비폭력과 관용을 통해 모든 인류가 주체로 서는 새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역사 인식이다. 저자는 이 두 가지 유형 가운데 오늘의 한국 기독교가 계승해야 할 역사 인식이 후자가 되어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서구 자본주의 문명의 힘을 숭배하며 ‘자신들만의 천국’을 꿈꾸는 패권주의적 종교 집단이라는 지탄을 종종 받아온 한국 개신교가 이제 강자로서의 특권을 지향하려는 욕망에서 벗어나 기독교 본연의 유토피아적 기능을 회복해야 할 때임을 이 책을 통해 역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