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자, 여기 김은하가 있다. 평범한 전업주부인 그녀는 ‘권태롭다는 말조차도 권태로워 하품이 나’는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토요일의 브런치나 일요일의 애프터눈 티로 공허한 마음을 달래며 나름대로 ‘균형 잡힌 삶’을 이어가던 어느 날, 그녀에게 동창회 초대장이 날아든다. 이혼 후에도 화려한 자유연애를 이어가고 있는 친구 정유채와 아나운서, 프리랜서 MC, 정당대변인을 거쳐 칼럼니스트로 유능한 커리어 우먼의 길을 걷고 있는 서미주. 은하는 두 사람의 삶을 각자가 주인공인 드라마로서 바라본다. 오랫동안 두 드라마의 시청자였던 그녀에게 잊고 지내던 동창들의 이야기는 비운의 야구천재, 코 성형부작용이 확연한 노처녀, 열다섯 살 연하와 사귀는 재력가, 두 친구에게 양다리를 걸쳤던 PD같은 또 다른 채널의 드라마이다. 동창회 모임을 통해 송출되는 다양한 드라마 속에 이웃집 애 엄마의 불륜, 육아우울증에 빠져 허우적대는 여자, 그리고 자신의 남편과 평일 오후의 캠핑장에서 데이트를 했다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끼어든다. 그리고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해도 언제나 그 현실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법’이라고 생각하던 그녀에게 찾아온 첫사랑의 추억. 그녀는 과연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자녀까지 있는 유부녀에게 사회통념적인 시각은 무척 엄중해서, 유부녀가 동창회라는 혼성모임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은하는 동창과 불륜을 저지르는 대신 동창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은하에게 있어 동창회는 ‘아슬아슬한 느낌을 즐기는’ 곳이 아니라 각기 다른 형태의 삶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장소이다. 『드라마 퀸』은 드라마의 주인공을 동경하는 전업주부를 주인공으로 자칫 뻔할 수 있는 동창과의 불륜 스토리가 아닌, 주인공 스스로가 삶을 되돌아보고 주체성을 회복해가는 성장소설의 전개방식을 따른다. 때문에 은하는 첫사랑과 데이트를 했다는 남편의 고백을 듣고 용서가 아닌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타인을 주인공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드라마에서 벗어나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은하의 모습은 이제까지 드라마 주인공이 되길 바래왔던 은하 자신과 독자의 기대를 전복하면서 원래 그 자리에 놓여있던 각자의 삶에서 우리는 이미 주인공이었음을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