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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인형
글쓴이
아돌프 비오이 까사레스 저/안영옥 역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03년 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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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국내에 소개된 남미의 환상문학은 대표적으로 마르께스와 보르헤스의 작품들을 꼽을 수 있다. 콜롬비아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작품은 중남미 역사관에서 갖고 온 민중 신화나 민간 신앙을 바탕으로 그들의 민족성을 이룬 본질적이며 원초적인 실재를 다루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작품은 현실과 현대 문화의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상정된 상상력에 바탕을 둔 가정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비오이의 작품은 제멋대로 변형되고 창조되어 황당한 꿈속을 거니는 환상세계가 아닌, 실제적인 배경과 인물을 제시함으로써 탄탄한 현실감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요소를 삽입하되 상호간의 조화를 통해 현실을 더 깊게 절감하게 한다.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과 인간 사이의 교류 등이 비오이 이야기의 주된 테마이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읽고 난 후 우리는 보편적인 인간 감정의 정서로서 그의 환상 요소를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현실을 더욱더 강하게 느끼면서 진한 감동 속에서 그 여운을 오랫동안 누리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환상문학 경향은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의미보다 보르헤스의 의미로 창작된 작품들의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비오이의 작품을 통해 국내 환상문학의 폭이 더욱 넓어지길 기대해본다.

까사레스의 작품 세계는 아주 다양하여, 어디까지가 상상의 세계이며 어디서부터 현실세계가 시작되는지 알 수 없는, 상상과 현실 간의 모호한 경계선상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비오이의 환상세계는 유령이나 공상세계보다 현실의 물리적, 수학적, 철학적, 생태학적 세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사의 가장 큰 주제인 사랑과 고독, 인간 사이의 몰이해가 일찍부터 비오이의 테마로 자리 잡아왔으며, 환상적 요소와 아이러니컬한 유머는 비오이 까사레스를 아르헨티나 문학 전통에 뿌리내리게 한 요인이기도 하다. 특히 작가의 과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타자에 대한, 이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우리를 섬뜩하게 한다. 그의 작품은 환상이되 현실이며 인간이 살면서 접하게 되는 가장 과학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융합되기 어려운 두 세계 간의 조화이자 화합이다. 즉 그는 그의 작품 속에서 자연과 인간, 인간과 타자 간의 아름다운 관계를 이루고자 한다.

비오이 까사레스는 환상적인 것과 고독과 합리적인 인간 간의 소통이라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하여 사랑의 감정을 테마로 취했다. 이것을 지적이면서도 치밀하게, 동시에 감상적이고도 아이러니컬한 유머로 장식했다. 이렇게 현실과 세상 그리고 인간 상황을 포착하려고 한 비오이의 노력과 시도는 결국 우리에게 이 세상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인가 하는 진리를 보여준다. 또한 이 세상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그의 아이러니가 얼마나 대단한 힘을 발휘하는지도 알게 된다. 비오이가 환상적 작가라기보다는 보다 더 현실적, 사실적인 작가라는 생각에서 나온 말이다. 비오이의 환상성은 우리가 존재하면서 만나게 되는 가장 현실적인 상황과 맞설 수 있게 한다는 의미에서 더욱 그러하다.

단편 모음집 『러시아 인형』은 인간사에 일어나는 자잘한 이야기가 비오이 까사레스라는 대가의 손을 거치면서 어떻게 우리를 기이한 환상의 세계로 몰아넣을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총 9편의 이야기들은 비오이의 미학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 모음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우리를 숨가쁘게 불안 속으로 몰아넣기도 하고 잔인함에 진저리 치게도 만들며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환상 속의 세상을 거닐게도 한다. 또한 현실을 전복하는 예기치 않은 스토리 전개와 그로테스크한 묘사, 완벽한 이야기 구조와 독특한 문체로 한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게 만든다. 따라서 이 책은 비오이의 문학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비오이 소설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집은 참을 수 없는 웃음에서 불안, 초조, 경악, 공포까지 아우르는 그의 절묘한 글쓰기 기법과 무궁무진한 작가의 창의력, 그리고 미로를 헤매다가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정확하게 보여줌으로써 비오이의 문학 세계 및 환상문학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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