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한 당신』에 이은 『함께 가만한 당신』
기록과 증언을 넘어 ‘맵시’까지 담으려는 부고
『함께 가만한 당신』은 전작인 『가만한 당신』에 이은 책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다 조용히 떠난, 그러나 거대한 동공처럼 큰 빈자리를 남긴 서른다섯 명의 삶을 담담하게 써내린 부고. 한국일보 선임기자인 저자는 지금 우리가 상식으로 여기는 가치들을 일구려고 노력했던 사람들, 그러나 떠난 뒤 기억에서 사라져 “잔물결도 일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을 편파적으로 주목했다. 그들의 덜 알려진 삶을 애정을 담아, 영웅주의로 쉽게 재단하지 않고, 그 삶의 결대로 곱씹는다. 억압과 불평등과 편견에 맞섰던 삶 또는 자유와 해방을 추구했던 삶의 복잡다단한 맥락과 질감이 선명하다. 저자는 열띤 삶 뒤에 큰 영예와 주목을 누리지 않고 사라져간 인물들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그들의 소소한 면면, 그 ‘맵시’까지 담으려 노력했다.
『함께 가만한 당신』에 수록한 서른다섯 명은 전작의 인물들과 비슷한 결을 띠지만 이번에는 분야가 조금 더 두드러지거나, 조금 더 통쾌한 삶이거나, 조금 더 대중에 익숙한 인물들이 더해졌다. ‘동물권’의 수호자로 야생동물 복지 시설 ‘티기윙클스’를 설립한 레스 스토커, 잡지 「맥심」의 발행인으로 여러 매체를 거느리다 전 재산을 숲 재단에 기부하고 떠난 펠릭스 데니스, 힐튼호텔 창립자 콘래드 힐튼과 자자 가보의 딸로 홈리스인 채 숨졌으나 자기 삶을 스탠딩코미디로 승화했던 프란체스카 힐튼, 귀족에 대한 통념을 비웃고 여든 넘어 새 결혼을 할 만큼 자신에게 충실했던 알바 여공작, 애완 돌 ‘펫록’을 대유행시켜 웃음을 주고 무용함의 유용함을 돌아보게 만든 게리 달 등, 다른 지면들에서 가십처럼 다루어지기도 했지만 분명 세상을 더 살 만하고 즐겁게 만든 인물들이 책 곳곳에 포진해 있다. 세상을 바꿔나가는 데는 투지와 저항 말고도 여러 수단과 방식이 있음을 알려준 사람들. 저자는 이들의 삶을 급히 지나치지 않고, 인생의 순간순간에 있었을 체념과 오기, 안도와 웃음까지 느리고 깊은 눈길로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