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세상에 태어난 비운의 영웅들
‘난세에 영웅이 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이 어지러울 때 그 세상을 구할 영웅이 태어난다는 뜻이지요. 이 책은 역사에 실존했던 인물 김덕령과 송구봉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두 인물은 모두 임진왜란으로 우리 강산이 짓밟히고 백성들이 고통을 겪던 혼란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김덕령과 송구봉은 온갖 억압과 차별을 받으며 불꽃같은 삶을 살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광주의 가난한 선비 집안에서 태어난 김덕령은 힘이 세고 무예가 뛰어난 이름난 장수였습니다. 부친상을 당한 처지를 무릅쓰고 전쟁터에 나섰지만,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반란군에 가담했다는 누명을 쓰고 처형을 당하고 맙니다. 뒷날 죄 없이 죽은 사실이 밝혀져 병조판서 벼슬과 ‘충장공’이라는 시호를 받았습니다.
송구봉은 이율곡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조선 중기의 큰 학자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할머니가 천한 종 출신이었던 까닭에 신분이 미천했습니다. 송구봉은 기가 꺾이지 않고, 학자들과 사귀며 당당하게 평생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끝내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이 책에서 풀어낸 두 사람의 삶이 사실 그대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동안 본래 이야기를 더 놀랍고 신기하게 부풀렸기 때문입니다. 김덕령과 송구봉의 일화에는 영웅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 주는 과장된 장면이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어낸 이야기라고 가볍게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그 속에 역사의 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외적을 물리칠 만한 훌륭한 인재들이 있었다는 것, 당파 싸움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재들이 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안타깝게 뜻을 꺾고 말았다는 것, 이것은 엄연한 역사의 진실입니다.
이 책은 2000년에 출간되었던 초판을 고쳐 펴낸 개정판입니다. 건국대 신동흔 교수가 초판의 글을 다듬었고, 일러스트레이터 김용철이 기존의 흑백 그림을 컬러로 새로 그렸습니다.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맛을 풍기는 그림으로 두 명웅의 캐릭터를 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