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슈나이더(1940- )는 최초의 장편 소설 「짝짓기」(1992)에서 자기 시대의 엉클어진 애정 관계, 세대간의 갈등, 나치 후손들의 자기 증오와 무죄에 대한 망상, 역사 의식 없이 빈둥거리며 살아가는, 그리고 빈둥거리며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 분단된 도시에서의 사랑 등을 해학과 풍자, 그리고 예민한 감수성과 세련된 아이러니로서 면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즉 에듀아르트(Eduard), 앙드레(Andre), 테오(Theo)등 세 주요 인물들, 이들의 여인들, 그리고 수많은 친지들의 희비극적 운명이, 장벽이 무너지기 전인 70년대와 80년대 초의 베를린을 무대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분자생물학자(Molekularbiologe)이며 순수 독일인인 에듀아르트와 그의 두 유태인 친구들은 지금은 장벽의 붕괴와 민족의 이동 등 역사적인 새로운 상황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서베르린의 낭만적인 한 귀퉁이였던 목로주점 "텐트(Tent)"에서 거의 매일 저녁 만나 여성편력 등 그들의 최근 체험들을 서로 교환하고 나아가 유전학, 3차 세계대전, 적군파 테러, KAL기 격추 사건 등에 대해 전문가다운 토론을 전개한다. 이밖에도 슈나이더는 독일의 전범 행위와 책임 문제, 흘로코스트(Holocaust), 유전자 조작 등 주인공들을 움직이는 주요 주제들을 과장하거나 꾸밈없이 근래 독일 문학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유려하고 경쾌한 문체로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