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을 에워싸고 있는 미시적 사물들을 독특하고 감각적인 이미지로 재구성하는 시인 류인서의 두번째 시집. 시인은 특유의 집요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우리 주위에 널려 있는 평범한 사물들의 표층 너머 깊이 숨겨진 속성들을 응시하고, 그 속에서 이 시대와 삶의 복합적 비의(秘義)를 포착해낸다. 어떤 사물이나 시대의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순간을 포착하고, 그것이 쇠락하거나 사라진 지금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 비애를 잔잔하게 노래하는 것이다.
55편의 조각 속에는 시간의 흐름에서 탈락되어 버려진 사물이 소멸해가는 과정이, 시인만의 독특한 발상으로 구축한 생생하고 감각적인 이미지로 우리 앞에 펼쳐 보이고 있다. 끝없이 유동하고 상호 연관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과 함께 그것을 해석하고 다루는 시인의 유연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작품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