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심미안이 미덥지 못해서 늘 의심했다.
특히나 예술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고 평가할만한
안목이나 기준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내 눈에 아름답고, 잘됐다고 비춰지는 작품을 봐도
그 아름다움에 확신을 갖지 못했다.
예술 작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감상하는 심미안은
하루 아침에 터득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어떤 것이
어떤 것이 아름다운 것이고, 무엇이 아름다움으로 표현이
되는 것인지, 느끼고 이해하고, 그에 대한 안목을 갖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서 , 우리 그림을 보는 감상법에 대해서 크게
도움을 받았던 책이 바로 이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이었다.
이 책을 처음봤을 때는 무엇보다 표지가 강렬하게 눈에
들어왔다. 쏘아보는 듯한 눈빛에 한올 한올 세세하게
그려진 털을 가진, 호랑이-김홍도의 송하맹호도- 가
보무도 당당하게 발자국을 떼어 내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에, 압도당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것이 6년전이었던가, 오랜 만에
이 책을 재독했지만, 그사이 오주석선생이 고인이
되고나니, 말하듯 술술 풀어가는 그의 필설이 귀에
들리는 듯 어찌나 정겹던지. 현장에서 그의 특강을
듣는 느낌이었다.
그림을 짚어가며 왜, 그렇게 그렸는지, 어째서 아름다운지,
또 잘못된 표현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에서 크게 도움을
받았다.

그림 대각선의 1.5배 이상, 우상에서 좌하로 또 조선 사람의
마음으로 그림을 보라는 조언은 우리 그림을 보는 기본적인
눈을 뜨게 해주었다. 이 조언은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잊지 않았고, 우리 그림을 볼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켜왔다. 내겐 우리 그림 보기의 정석 ABC였다.
거기에 초상화에 대한 설명은 구구절절 다 공감이 갔다.
이명기가 그린 약간 사시의 채제공 그림이 어떤 점에서 좋은
그림인지, 반면에 김은호의 '논개' 초상화는 왜 진정성이 느껴
지지 않는 것인지..

더욱이 신윤복의 '미인도'나 김홍도의 '마상 청앵도'에 대한
해설을 해줄 때는 반가운 마음마저 들었다. 지난 달 말 끝난
간송미술관 가을 전시회에서 직접 봤던 그림들이라. 더 관심
이 갔고, 설명 한구절 한구절이 다 눈에 귀에 알알이 박히는
것 같았다.

책 속에 인용된 우리 그림들을 보는 것 자체도 좋았고, 그 한점
한점들이 다 마음에 들었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과 재회한 보람이 느껴졌다. 대단하게는
아니더라도 그 사이에 우리 그림에 대한 애정이 커졌고, 또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안목이 조금은 트인 것 같았다.

지난 달 말에 간송미술관의 가을 전시회를 보면서 우리 그림에 대해서
더 호감이 생겼고,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그 전시회를 보면서,
또 이 책을 읽으면서 보는 만큼, 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새삼스레
떠올랐고, 그말에 전적으로 공감이 갔다.
그래서 국립박물관에서 전시중인 '초상화의 비밀'과, 리움에서의
'조선화원의 그림' 전을 보러갈 예정이다.
우리 그림을 볼 기회와, 또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과 같이 심미안을
길러주는 책에 대한 갈증이 자꾸만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