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화가 이철수가 그의 근작(2000-2002년)을 묶어 판화집 『이철수의 ‘작은 선물’』을 냈다. 2000년에 전시회(학고재 초대전)를 계기로 만든 『이렇게 좋은 날』을 낸 지 4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집이다.
그 동안 이철수의 판화들은 달력, 엽서 등과 같은 생활 소품을 통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일상적 삶 속에 들어가 뭇 애호가들과 소통하고 만나 왔다. 그것은, 화랑이라는 제도권의 문턱을 넘어서고 화집이라는 형식의 틀을 벗어나, 좀더 편안하게, 스스럼없이, 꾸밈없이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싶어해서이다. 작가 자신이 일찍이 제 그림의 존재 방식을 그렇게 설정해 온 것이다.
그러던 그가 제대로 형식을 갖춘 본격적인 작품집으로써 사람들과 또 달리 소통하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욕심이 생겨 이 책을 내게 됐다. 지금까지의 그의 판화집은 전시회의 일환으로 만든 도록의 성격이 짙거나 아니면 산문을 곁들인 판화 산문집들이었다. 그러나 『이철수의 ‘작은 선물’』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달리, 그가 ‘짐짓 정색하고’ 세상에 내놓는 첫번째 작품집이다. 그는 우선 ‘작품집’이라는 명목에 충실하고자, 최근의 작품들 가운데서 과감하게 버리고 신중하게 추린 끝에 작품 68점을 가려뽑았다. 그리고 아무런 군더더기 없이 오직 판화만을 꽤 너른 화면 속에서 넓은 여백과 함께 배치했다. 덕분에, 간결하고 단순한 가운데 깊은 울림과 긴 여운이 특징인 그의 판화를 느릿느릿 실답게 감상할 수 있는 미덕을 이 책은 지니게 되었다.
『이철수의 ‘작은 선물’』은, 그런 점에서, 본격적인 본새를 갖춘 그의 작품집으로는 첫 시도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