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에 불러 보는 그 이름,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가 편지로 전하는 삶에 관한 주옥같은 말 한 마디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윤동주, 「별 헤는 밤」 중
괴테 이후 독일 최고의 시인이라 불리며 폴 발레리, T. S. 엘리엇과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에게 릴케는 그 이름만으로도 ‘아름다운’ 존재였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윤동주의 저 유명한 시만큼 익숙하게 들어온 이름이며,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그의 시들과 『말테의 수기』 같은 장편소설 역시 많은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릴케가 시, 산문, 소설, 희곡 등을 모두 포함한 양보다도 더 많은 편지를 일생에 걸쳐 썼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독일어권 문학을 넘어 전 세계 문학사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존재인 릴케가 일면식도 없는 한 젊은이에게 5년 10여 개월 동안 보낸 10통의 편지글로 이루어진 서간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가 출간됐다.
십 대 때 시작하여 5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2주 전까지 계속된 릴케의 편지는 무려 1만여 통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자기 본성의 풍부한 수확’을 편지에 남겼다고 스스로 고백할 만큼 ‘편지’라는 매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하루 중 오전 시간을 편지 쓰는 시간으로 잡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평생 편지를 쓰면서 살아온 릴케는 어머니를 비롯해 친구, 애인, 후원자, 작가, 출판업자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편지로 소통했다.
릴케는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이들과도 편지를 통해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수신인인 프란츠 크자버 카푸스 역시 릴케와 알고 지낸 적이 없는, 평범한 젊은이였다. 당시 이미 상당한 문학적 성취를 이룬 작가였던 릴케는 미래의 직업에 대한 확신도 없을뿐더러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번민하던 한 젊은이의 토로에 정성 어린 답장을 쓴다. 문학, 인생, 사랑, 성(性), 성공, 고독 등 주제를 가리지 않고 릴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그 젊은이에게 릴케는 자신의 실제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진솔하고 깊이 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실린 10통의 편지 안에 온전히 담긴 릴케가 살아온 인생과, 삶을 바라보는 릴케의 시선을 읽다 보면 그 어떤 릴케의 시나 소설보다도 더 극적이고 아름다운, 한편의 문학 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