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작가, 소설에 한국을 통째로 캐스팅하다
『소주 클럽』은 외국인 작가가 썼지만 ‘한국 소설’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등장인물에서부터 배경과 소재, 모든 것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에서 끌어왔다. 어떻게 외국인이 한국 사회와 문화, 역사, 한국인의 내면을 이토록 시시콜콜 알고 썼을까 놀랍다. 정작 우리 자신은 눈여겨보지 않았던 우리의 모습을 외국인의 시선을 거쳐 재발견하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드물게 애교처럼 등장하는 외국인다운 해석마저 없었다면 한국 작가의 작품을 읽고 있다는 착각을 할 정도다.
『소주 클럽』은 오늘 우리의 이야기다. 그 이면에는 당연하게도 한국 현대사의 그림자가 희미하게 어려 있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의 갈등 상황이 하나의 배경이 되고, 그 위에 수시로 한국 술과 음식이 그득한 상이 차려지고, 그 상 너머로 서로 다른 곳만 바라보는 한 가족의 사연이 그려진다. 촘촘이 배치된 인상적인 에피소드들, 흡인력 있는 입담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 문제 많은 한 가족의 역사와 주인공의 내면세계가 점점 드러난다.
이 작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크고 작은 상처를 안은 채 저마다 자신이 꿈꾸었던 자리에서 조금씩 어긋나 있는 인간 군상이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인 그들은 삶의 현주소가 너무 달라 서로를 결코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공존하고, 적대하면서도 동행한다. 하나같이 불완전한 그들이 한데 어울려 빚어내는 해프닝들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