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가린 베일을 한 겹 한 겹 벗겨 가는 최고의 심리 드라마!
『손가락 살인』은 사이버 폭력의 가해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보기 드문 작품이다. 주인공 토리는 친구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시종 자기 방어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끊임없이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마저 자아낸다. 그렇기에 그 철벽같은 자기 방어에 실금이 가고 진심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더더욱 눈을 뗄 수가 없다. 과연 토리가 애써 외면해온 제 양심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을지 끝까지 지켜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토리의 진심은 무엇일까?’라는 씨줄과 함께 독자를 옴짝달싹 못하게 옭아매는 것은 ‘앤디는 누구일까?’라는 날줄이다. 앤디는 마치 소크라테스의 산파술과 같은 대화법으로 토리를 허물어뜨린다. 그 날카로운 질문들은 토리뿐 아니라 더러는 가해자이고 더러는 방조자이고 더러는 피해자인 독자들의 폐부까지도 깊숙이 찔러 온다. 이 아이는 누구이기에 토리를, 그리고 독자를 이토록 끝까지 몰아붙이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앤디가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도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손가락 살인』은 연극으로 치면 단막극과 흡사한 구성이다. 등장인물도 몇 안 되고, 사건도 단선적이고, 장소의 이동도 거의 없다. 사실상 토리와 앤디, 두 인물의 대화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다시피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 대화의 생생함이 독자들로 하여금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토리와 친구들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재현해 사이버 폭력을 실감나게 묘사한 점이나 토리의 마음이 케빈에게서 멀어져 가는 과정을 보여 준 점 또한 무척 인상적이다. 이는 연극배우이자 감독으로 일해 온 작가의 경험이 작품에 녹아있는 까닭인 듯싶다. 작가 톰 레빈은 주인공 토리의 오빠처럼 청소년기에 화농성 여드름을 심하게 앓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평등해 보이는 또래 관계 안에서도 타인을 지배하고 억압하고 군림하려는 삐뚤어진 욕망이 작동한다는 것을 또렷히 기억한다. 그 욕망이 때로 또래 집단에서 남다른 존재를 가려내 괴롭히고 따돌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도…….『손가락 살인』은 그 기억을 소환하여 더러는 가해자이고 더러는 방조자이고 더러는 피해자인 독자들 앞에 펼쳐 보이며 묻는다. 정말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느냐고? 다른 선택은 없었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