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영화는 많다. 영화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영화 에세이도 흔하다. 어색한 자리의 단골 멘트는 '그 영화 보셨어요?'고 어색한 자리의 단골 장소는 '그 영화'를 보여주는 극장.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장르가 바로 '영화'라는 장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많은 사람들 보라고 쓰여진, 흔하다면 흔할 영화 에세이다.
그런데 이 책, 어딘가 다르다. 심오한 언어로 영화를 논하지도, 영화 감독의 대표작을 줄줄이 읊지도 않는다. '영화를 사랑하노라'는 고백은 커녕 '영화 얘기를 하는 척하면서 딴 얘기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작가의 관심은 영화 자체보다는 그 영화가 보여주는 삶과 인간에게로 향한다. 영화를 영화로 보지 않는다는 이 사람은 소설가적인 통찰로 영화를 읽고 그 안에 담긴 사회, 문화, 개인과 대중을 드러낸다. 더불어 유쾌한 입담으로 개인적인 추억담을 풀어 놓기도.
작가의 전작, 『굴비낚시』가 그랬듯, 이 책 역시 다양한 통로로 영화에 접근하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무기로 엉뚱한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그 영화 보셨어요?'라며 극장을 찾은 대부분의 관람객이 그렇듯이, 이 사람에게 영화란 진짜 중요한 얘기를 낚아 올리기 위한 하나의 미끼일 뿐이다.
만화가 이우일씨의 영화 패러디 일러스트도 놓칠 수 없다. '메멘토'의 주인공이 거울 앞에 섰는데 그의 몸에 낙서처럼 쓰여진 '외상값 15만원 월요일까지'… '화양연화'의 장만옥. 죽어 가면서 말한다. '내가 그를 사랑했다는 걸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
한 편의 영화를 '김영하 버전'과 '이우일 버전', 이렇게 두 가지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만의 특별한 장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