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 기타를 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미니시리즈 「돌아온 일지매」의 나레이션을 집필한 한동원의 첫 장편소설. 영화평론, 드라마 및 문화 소개 프로그램, 쇼프로 대본, 인터넷 칼럼 등 장르를 불문하는 종횡무진 글쓰기로 우리를 매혹해온 그는 시청각을 자극하는 문체와 분야를 막론하는 무한 조합의 상상력, 풍자적 시선으로 무장한 특유의 내공을 아낌없이 발휘하며 1980년대, 고교생 록 밴드-딴따라들의 행보를 그려냈다.
마이클 잭슨의 공전의 히트곡 에서 제목을 따온 소설은, 화자인 백동광이 1987년 상명하복의 학풍으로 악명 높은 정도고등학교에 배정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동광은 “다소곳하지 못함을 넘어서 껄렁하기까지 했으며, 패션은 상하의 공히 볼륨감 넘치는 디스코패션”을 구가하는 배짱을 보이지만 입학과 동시에 ‘80년 전통의 사학 명문’을 지켜내온 선도부의 제1타깃이 되어 몰매를 맞고 빡빡머리 신세가 된다. 연이은 두발 일제 단속을 거치면서 친해진 같은 반 ‘함주석’을 통해 전자악기부의 존재를 알게 된, 동광은 좋아하는 여학생 ‘정아연’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전자악기부’에 들어가고 싶어 호시탐탐 그 기회를 노리게 되는데...
명랑 남고쾌담, 『삐릿』의 주인공들은 주류 범생이도 못 되고 빽을 가진 비주류 속에도 못 끼는, 못난이들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 찾아내는 ‘음악’이라는 해방구 역시 또 다른 세계의 그늘을 드러낼 뿐이다. ‘남고쾌담’의 겉옷 안에 숨겨진 추악한 내막들은, 록 음악 내지는 록 밴드가 ‘젊음의 반항’, ‘기성 질서에 대한 도전’, ‘자유로운 정신의 해방구’라는 기존의 도식적인 설정을 뿌리부터 뒤흔든다. 바로 여기에서 이 작품이 단순한 ‘학원물’로 읽혀서는 안 되는 이유가 드러난다. 이 소설은 학교와 록 밴드라는 소재를 통해, 흑과 백, 순수와 세속, 진짜와 가짜, 참말과 거짓말, 반상업주의와 상업주의 등의 대결구도가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나 편의적이고, 심지어 허구적인 것이 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노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