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날아가 버려도...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을 보여주는 놀라운 소설!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가토 유키코. 자연주의자로서의 가토 유키코가 들려주는, 이 작품은 자연의 생생한 모습을 담고 있다. 하지만 마냥 달콤하고 아름다운 자연은 아니다. 풍요롭고 아름답지만 결코 그것을 뽐내지 않고, 담담한 필치로 그린다. 그렇기 때문에 잔혹하게 느껴질 만큼 거칠고 강한 자연이 묘사되기도 한다. 인간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기쁨도 슬픔도 어디까지나 담담히 들려준다. 나와 너의 아픔이지만, 인간의 슬픔은 자연 세계의 일부로써,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아버지의 자살로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탓에 엄마와 늘 삐걱거리는 주인공 리에. 동거했던 연인 류는 '미안해, 좀 지나면 꼭 돌아올게……' 라며 바퀴 달린 트렁크를 돌돌 끌며 가버렸다. 감기를 핑계로 며칠 쉬던 리에는 갑자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주위의 반대를 무릅쓴 채 인터넷에서 알게 된 '꿀벌의 집'을 찾아 낯선 산골 무인역에 내리는데…….
이 작품은 이같은 주인공 리에의 가슴 속에 가득했던 공허함과 반항심이 자연 속에서, 좋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꿀벌을 돌보는 동안에 치유되고 새로운 삶의 에너지로 전환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특이함 점은 가토 유키코는 자연과 인간을 탁월하게 똑같은 무게로 담아낸다는 점이다. 이런 모습은 교미 시기가 끝난 뒤 꿀벌 조직에서 그대로 버림받는 수벌의 모습과 ‘꿀벌의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잘 그려진다. 가족처럼 서로를 챙겨주지만 일정 거리 이상의 접근은 삼간다. 그렇기에 스스로 설 힘을 키우고, 상대의 아픔도 지켜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