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깨어 적는
조선시대 문인들의 흥미로운 옛이야기
이극성의 형설기문
정치적 박해로 정국에서 배제되어
조선 후기 문화사에 공백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근기 남인계 지식인들의 육성과 행적을 추억하다
이 책은 1773년경 근기 남인의 핵심 가문 출신 지식인이었던 이극성이 조선시대 문인들의 일화와 시화를 엮어 펴낸 『형설기문』을 세 명의 젊은 고전문학자가 함께 현대어로 옮기고 주해와 서설을 단 책이다. 이극성은 『지봉유설』을 쓴 이수광의 6대손이자 『성호사설』을 쓴 이익의 사위로, 책은 그 자신이 속했던 근기 남인 계열의 문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다.
사실 남인은 17세기 이후 정국에서 배제되어 소수집단으로 전락하고, 신유박해 이후엔 계속된 정치적 탄압으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때문에 조선 후기 문화사에서 이들이 차지하던 비중을 부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 문집은 전하지 않는 것이 많고, 그나마 전하는 것도 소략한 필사본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초역되는 『형설기문』의 가치는 더욱 의미가 있다.
책 속에는 조선 후기 실학파 문인들을 대거 배출한 지봉가와 성호가 문인들을 비롯해, 근기 남인계 문인들에 대한 수많은 기록과 당대의 문화적 지형도를 파악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전거들이 함께 수록돼 있다. 균형 잡힌 시각에서 조선 후기 문화사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귀중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