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페미니즘을 말하다
전세계적으로 핫 키워드인 ‘페미니즘’, 그 뜨거운 열풍이 한국 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 페미니스트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에리카 종의 신작이 상륙했다.
에리카 종은 1970년대부터 사회적, 도덕적, 심리학적, 생물학적 명목으로 여성에게 부여된 딜레마와 싸우는 여성의 이야기 『비행 공포(Fear of Flying)』를 선보이며 일찌감치 그 시대 정형화된 여성의 독립선언을 외친 선봉장으로 유명하다. 그 이후 소설, 에세이, 시 장르를 불문하고 여성만의 에너지와 섹슈얼리티를 과감하고도 매력적이게 그려냈다. 문학적 장르만 넘나든 것이 아니다. 그의 작품 안의 여성들은 2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등장, 참여시키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주고 잊고 있던 사실, 잊고 있는 것이 편한 사실을 예리하게 짚어냈다.
72세가 된 작가는 새로운 작품 『죽음의 공포(Fear of Dying)』에서는 조금 더 다가갔다. 90대의 병든 노부모와 80대의 남편, 30대의 딸을 둔 60세의 주인공 시점에서 중년여성의 사랑과 성생활을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병들고 늙어서 죽는 무섭고 우울한 이야기지만 결코 자극적이거나 어두운 분위기 또한 아니다. 분명 첫장부터 암울한 이야기의 연속이었는데 책장이 넘어갈수록 부족한 무엇인가를 충전하는 기분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비행 공포』가 그러하듯 『죽음의 공포』도 공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가장 두려워 해야하는 것은 늙어가는 것,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을 두려워하는 당신 자신임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모든 여자들은 자유를 정당하게 주장하고 마음껏 펼치는데 강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그 두려움은 여성에게 지워진 굴레에서 비롯된 것임을 작가는 쉴 새 없이 말해왔다.
이 책은 그러한 에리카 종만의 넘치는 자신감과 그것을 전염시키는 듯한 에너지로 가득하다. 그 뿐 아니라 친구들끼리 은밀하게 이야기 나누던 진짜 속내를 시원하게 털어내어 해방감까지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