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외딴섬, 초분의 땅 풍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떠도는 몽상의 고백
작가의 네 번째 장편소설 『올빼미 무덤』은 폐쇄된 공간 속 어긋난 집단주의와 절대 권력에 의한 개인성 파괴라는 주제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다. 남해안의 낙도에 불과했던 풍도(風島)의 특이한 장례법이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다큐에 방영되면서 섬의 초분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인기 코스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한때 멸치파시로 번성했던 풍도는 예전의 명성과 영광을 되찾기 위해 온 주민이 나서서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수단은 바로 ‘영어’와 ‘SNS’. 풍도라는 작은 공간에 한국 사회에 떠도는 여러 문제를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압축해냈다는 점에서, 『올빼미 무덤』은 21세기 한국 사회의 풍자 소설로 읽어도 무방하다. 위기 속에서 더욱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집단의 생존본능에 포섭된 개인은 자유의지를 억압당하고 허깨비로서의 삶을 이어나간다.
한편 『올빼미 무덤』은 우리 문학에서 가장 역량 있는 작가 중 한 명인 강희진의 처음과 현재를 함께 음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데뷔하기 전 습작기에 이 소설의 초고를 썼다고 한다. 그를 강렬하게 사로잡았던 서사는 오늘날의 이슈와 현실 상황에 맞게 가필되거나 수정되었다. 또 오랜 시간이 배어든 서사의 골격 역시 더 단단해졌다. 작가는 우리가 발 디딘 현실의 탐구라는 자신의 장기이자 진면목을 그만의 방식으로 소화해낸다. 사건이 전개될수록 아이러니는 짙어지고 점점 안개 속을 더듬거리며 미궁으로 빠져드는 것이 이 작품의 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