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루 궈의 작품은 문화 혁명이다!
단어를 하나씩 깨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사랑과 인생을 배워간다
스물넷의 중국 아가씨가 런던에 와서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면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투하는 1년여의 과정을 그린 이야기. 동서양의 언어와 문화 차이를 모티프로 진정한 사랑과 인생을 탐색해 가는 과정을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글쓰기로 완성하고 있다.
중국 아가씨 Z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달랑 ‘영어 사전’ 하나만 들고 런던으로 어학연수 길에 오른다. 그녀는 랭귀지 스쿨에 등록하여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런던 생활에 적응하고자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어느 날, Z는 오래된 영화를 상영하는 작고 한적한 영화관에서 남자를 우연히 만난다. 남자는 주인공보다 스무 살은 많다. 미숙한 언어 소통이 낳은 오해가 가장 큰 원인이긴 하지만, 좀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은 사회의 주류에서 소외된 이방인이라는 공통점으로 금세 연인이 된다. 하지만 함께 지내면서 두 사람은 각자의 문화적 차이, 정치적 견해 차이로 갈등을 겪기도 하고, 급기야 남자는 여자를 귀찮아하게 되며 둘은 자주 다투게 되는데...
이 작품은 모두 80여 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 ‘romance’, ‘guest’, ‘bachelor’와 같은 영어 단어와 그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제시하면서 시작된다. 마치 영어 사전을 들춰 보는 듯한 독특한 구성에, ‘중국 아가씨와 영국 남자의 사랑 이야기’와 사진, 일러스트, 타이포그래피 등 다양한 비주얼을 한데 잘 버무려 독자들을 아주 색다른 독서 체험으로 이끈다.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여러 문학 작품과 영화, 동서양의 속담이나 격언, 다양한 음식 이야기도 놓치기 아까운 읽을거리이다.
엉성하고 엉뚱하기 짝이 없던 Z의 영어 문장이 점차 세련되게 다듬어지면서, 그녀 역시 사랑과 인생을 조금씩 조금씩 배워가는 모습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