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아가는 누구라도 한 번쯤은 이별을 경험했을 것이다. 영원하리라 믿었던 젊음과 부, 명예, 사랑하는 가족, 친구, 동료, 아끼던 물건…… 어쩌면 인생은 무언가를 잃고 살아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무언가를 잃으면서 살아간다. 어떤 정신 분석가는 인생을 ‘이런 저런 잃어버리는 일에 익숙해지고 견디면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잃어버리는 일에 익숙해지기란 쉽지 않다. 이미 잃어버린 그 누군가가, 그 무언가가 떠올라 마음속에 묻으려고 하는 상실의 기억을 끄집어 내기 때문이다. 잃어버리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 그렇다. 우리는 바로 ‘후천성상실면역결핍증’에 길들여져 있다.
이 책 ≪모든 것을 잃어도 잃을 수 없는 것≫은 이처럼 ‘후천성상실면역결핍증’에 길들여져 상실의 아픔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이들을 위해 쓰여졌다. 무엇보다 상실 극복을 위한 7단계 게임을 통해 독자들은 예로 제시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읽으며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에는 친구며 강아지, 부무의 정을 잃는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을 상실로 받아들이고 있고, 어른이 되어서는 첫아이를, 그리고 남편을 사별하는 고통을 겪었다. 지독한 상실감 뒤에 따라붙은 것은 헤어진 존재에 대한 그리움과 애잔함으로 찢어지는 가슴, 자기 자신에 대한 자학, 사회에 대한 불신과 원망, 분노 등이었다. 그녀의 예를 통해 우리는, 결국 상실로 인해 상처를 받은 마음을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의 인생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통해 그녀는 상실감을 극복했고, 아픔 뒤에 찾아오는 행복을 얻었으리라 추측한다.
이전까지 출간된 비슷한 부류의 서적들이 단순히 상실의 예를 열거하고 치료 방법을 제시해 주는 데 그친 데 비해, 이 책은 상실을 전면에서 받아들이고, 자신과 비슷한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과 함께 상실 극복을 위한 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해 주고 있다. 즉 이 책은 앞부분은 읽는 책이지만 뒷부분은 ‘행동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필자 3명이 모두 현장에서 환자들을 직접 상담하고 있는 신경정신과 전문의라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내면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어쩌면 평생 계속될 수도 있는 상실의 아픔을 함께 하며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아픔 속에서 벗어나게 해주려는 필자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상실을 극복하는 힘겨운 여정에 이 책이 따뜻한 동반자가 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