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한 후, 형태파괴적인 기법으로 비판과 부정, 절망과 분노, 풍자와 독설 등의 주제를 말해 온 시인 박남철의 일곱 번째 시집. 이 속에서 시인은 실험적 형식을 빌려 오묘한 세계를 드러내고 이를 통해 진공(眞空)을 찾고 있는 시세계를 펼쳐보인다. 초기 시에서부터 보여 준 파격적인 해체적 시관을 지속적으로 흐트러짐 없이 일관하고 있는 유별난 장인의 경지를 새삼 느낄 수 있다.
『제1분』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작품은, 기존의 작품과 차별성을 보이는 「제1분」 외 4편이다. 연작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시들은 마치 길고 실험적인 한 편의 작품 같다. 각각의 시에다 《금강경》의 형식대로 「제1분」부터 「제5분」까지라는 제목을 달았을 뿐만 아니라, 또 모두가 각각 제1절과 제2절로 나누어진 일관된 형식을 취하면서 한 편의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소재와 그 일상에서의 문득 느낌을 인터넷 속어나 욕설 등 속된 언어들로 말하고, 기존의 시적 관습에 얽매지 않은 시인의 모습이 잘 나타난 작품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