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계대전을 유럽의 정치적 관계나 전술의 관점에서 다루지 않고 수천 킬로미터의 참호 속에서 1460일을 버텨내야 했던 병사들의 눈에서 바라보는 책이다. 그들에게 참호에서 보낸 4년이란 인간이 처할 수 있는 가장 비참한 삶이자 지속되어야 할 삶 그 자체였다. 수많은 통계와 보고서, 편지들과 문학작품까지 섭렵한 저자는 이 사상 최악의 전쟁을 '병사들의 일상사'라는 측면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책은 거의 1세기 전 종군기자들의 노력으로 남겨진 보기 드문 실제 사진들과 참호의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1차대전은 2차대전의 참혹함과 시간상의 가까움에 가려져 그 진상을 세세히 알기는 조금 어려운 사건이다. 그러나 피부로 느껴지는 잔혹함이라면 2차대전을 능가했던 것이 1차대전이었다. 기관총의 첫 등장과 무모한 장성들에 의한 의미없는 돌격전, 끝없는 참호전 속에 사상자는 끝을 알 수 없었고, 지루한 참호의 대결 속에 번지던 각종 질병과 공포는 후방에는 '안락한 참호'로 전혀 실상이 알려지지 않았다. 풍부한 사진자료와 조사 끝에 완성된 사상 최악의 전쟁에 대한 보고서로 1차대전의 발발부터 종료까지 벌어졌던 상황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기록하였다.
이 책은 당시의 사람들이 얼마나 낭만적으로 전쟁을 상상하고 미화했는지, 동시에 전쟁을 처음 경험하는 근대의 병사들과 시민들이 얼마나 안이한 상태에서 격전을 치렀는지를 생생하게 보고 느낄 수 있게 해 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