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아닌 문학으로서 한국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가 전쟁과 분단과 이산이라는 문제를 또다른 시각에서 조명한 작품. ‘자고나면 판자 울타리 바깥벽에 삐라가 붙어 있곤 했던’ 두 해 후에 전쟁이 일어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등목을 하고 먹을 물을 구하기 위해 물지게를 졌다. 하지만 의용군으로 뽑혀간 대학생 애인의 전사 통지를 받아든 고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열병 앓는 딸아이의 약을 구하러 왔다가 영영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 국밥집 주인 할머니 양순 씨에게 전쟁은 그저 낯설기 만한 먼 얘기가 아닌 평생 가슴에 지니고 살아가야 하는 한(恨)이 되었다.
그러나 그처럼 고통스런 기억과 가슴에 맺힌 한을 지닌 사람들은 이제 우리 곁에서 점점 스러져간다. 이제 누가 남아, 우리 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 전쟁과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증언할 수 있을까? 1941년생인 작가 강정규는 전쟁을 직접 경험하고 증언하는 마지막 세대에 가깝다. 그래서 한국전쟁에 관한 가슴 아픈 기억, 잃어버린 고향 마을에 대한 애틋한 향수, 그리고 그런 역사의 굴곡을 넘어 당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등을 7편의 단편에 담은『새가 날아든다』는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생생한 육성으로 다가간다.
작가 강정규는 ‘작가의 말’에서 1973년 첫 작품집을 낸 이후 35, 6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자신은 여전히 고향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토록 오랜 세월동안 고향을 이야기 하고 있는 작가에게 고향은 단순히 ‘태어나 자란 곳’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고향은 순수하고 오염되지 않은 원초적인 심성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