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뒤에서 까만 비닐봉지 하나가 얼굴을 내밉니다. 은행알들과 꽃들도, 풀들도 모두 자기들끼리 어울려 노는데 비닐봉지는 혼자입니다.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지요. 비닐봉지는 풀잎에게 날아가 풀인 척하고 조심조심 풀숲에 앉습니다. 풀들이 그걸 모를까요! 바람이 불어오자 풀들이 비닐봉지에게 손짓을 합니다. 같이 놀자고요. 간질간질 톡톡, 비닐봉지는 풀이랑 신나게 바람을 탑니다.
누구나 혼자일 때 외로움은 살며시 찾아옵니다. 『비닐봉지풀』은 가만히 다가와 등을 기대는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이자, 외로움이 자유로움으로 바뀌는 순간을 보여주며 위로를 건네는 책입니다. 점점 풀빛으로 변해가는 까만 비닐봉지를 눈여겨 보세요. 그리고 비닐봉지를 보며 손을 흔드는 외톨이 아이를 보세요. 우리는 바람이 되어 날아간 비닐봉지처럼 아이 역시 뒤돌아 씩씩하게 걸어갈 것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