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가 ‘프랑스’로 평가되었던, 세기의 지성 사르트르의 시선으로 전하는
작가와 예술가, 그 인간과 시대에 대한 ‘뜨거운 얼음’ 같은 성찰
사르트르가 살았던 시대의 작가, 예술가에 대한 비평을 엮은 이 책은 사르트르의 비평적 관점과 예술론 그리고 대인관계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롭고도 중요한 작품이다. 이미 수십 년 전 다른 나라의 작가와 예술가에 대한 이 비평들은 시공을 넘어 지금여기에 사는 우리에게 사회를 향한 치열한 고민, 예술에 대한 열정 등 깊은 영감을 불어넣는다. 따라서 이미 고인이 된 그들은 사르트르를 통해 우리 앞에서 생생히 마주하게 된다.
‘전체성’을 사유하려던 사르트르에게 작품이란 작가 개인을 통째로 드러내는 중요한 징후이다. 작품으로부터 작가를 읽어내어 작가가 살아낸 시대 전체를 그것이 형상화된 작품을 통해 읽어낸다는 일은 결코 도식적인 연계작업이 아니다. 단, 작품이 ‘모든 것’을 드러낸다는 조건, 다시 말해 작가의 ‘전체성’이 녹아들어 ‘모든 것’(개인, 시대, 사회, 역사, 취향, 관점 등)을 드러내는 작품이라는 단서가 붙어야 한다. 때문에 그의 비평적 안목에 걸려든 작가라면 일단 작품 속에 전체성이 드러난 작가여야 하고 그때야 비로소 비평은 활기를 띠게 된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작가들은 그러한 혐의가 짙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읽혀진 사르트르의 작품해석은 작가에 초점을 맞추므로 작가의 모습이 확연히 그려져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작품과 작가와의 끊임없는 왕복운동 끝에 우리 앞에 세워지는 것은 작품도 작가도 아니다. 당연하게도 관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늘 자기반성을 동반한다. 작심하고 펜을 들었든 아쉬움에 붓을 들었든, 모든 글에는 어쩔 수 없이 사르트르가 드러나 보인다. 그가 이 책에서 그려낸 인물들의 초상화가 대상에 대한 묘사를 넘어서서 사르트르를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인물들 주변을 휘몰아치던 한 시대를 돌아보게 한다는 것이 아마도 이 책의 부정할 수 없는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