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화, 세 번째 소설집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서사
새벽 첫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삶을 읽는다. 빈 교실에서, 빈집에 남아 있는 소리의 흔적을 듣는다. 종일 말없이 일터에서, 말없이도 충분히 살아가는 사람을 생각하고, 김장을 하며 한 많은 어머니의 넋두리를 듣고, 콩나물 국밥에 모주를 곁들이면서, 사랑을 잃고 애증에 시달리며 여행하는 여인의 심정을 헤아린다. 사랑하는 이를 앞세워 보내고 홀로 남아 흐느끼는 울음소리와 혼잣말을 들으며, 병실의 흰 벽만을 바라보던 시간을 기억한다.
삶의 결을 있는 그대로 현미경처럼 드러내는 이원화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꽃이 지는 시간』(문학들 刊)을 읽다보면 누구나 이런 상념에 빠져들 것이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시간은 깡패라서 모든 걸 부수고 삼키고, 가끔은 꼭꼭 씹어 먹어서 소화도 시킨다. 시간이라는 단어는 세계와 연관이 되었을 때 그 의미가 깊어진다. 그리고 시간, 혹은 역사가 개인에게 왔을 때는 -그 무시무시한 폭력성 앞에서- 절실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