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해하는 2차 세계대전은 어떤 것일까?

우선은 일본의 식민지배로부터 벗어나게 된 전쟁이라는 게 우리와 관련된 가장 큰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주로는 영국과 독일의 싸움으로, 그리고 미국의 개입으로 전황이 역전된 전쟁으로 기억한다. 프랑스의 항복과 레지스탕스도 있고, 노르망디 상륙작전도 있고, 북아프리카에서의 롬멜의 탱크전도 기억한다. 그렇다면 독일과 소련의 전쟁, 즉 독소전쟁은?

물론 역사는 2차 세계대전 전 기습적인 독일과 소련 사이의 불가침 조약, 그것을 깬 독일의 기습 침공, 그리고 전쟁 초기 독일군은 모스크바까지 진격하였지만, 결국은 소련이 반격을 개시하고 끝내는 소련이 승리를 거둔 전쟁으로 독소 전쟁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전쟁의 의미와 그 전쟁의 전개, 그리고 소련이 전쟁에서 이기게 된 요소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하다.

우리는 나폴레옹이 러시아 전쟁에서 추위와 전염병 때문에 궤멸한 후 몰락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독일도 러시아의 추위에 못 견뎌 패배한 것으로 대충 알고 있고, 스탈린에 대해서는 전쟁 이전과 이후의 광포한 독재자로만 기억하고 있을 뿐 전쟁에서의 그의 역할에 대해서는 거의 무시하고 있다. 그보다 더하게는 2차 세계대전에서 독소 전쟁은 부차적인 전쟁으로 기억하고 있기도 하다.

리처드 오버리의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은 그러한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이 너무나도 편향된 것이며, 정말로 무지한 것이란 걸 보여준다. 2차 세계대전에서 승패를 가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몇 장면들 중 하나가 바로 소련이 독일의 공격을 어마어마한 희생을 치르면서 막아낸 것이었다. 그것은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소련에서는 영국과 독일 사이의 전쟁을 ‘제2전선’이라고 부른다. 제1은 당연히 소련과 독일 사이의 전쟁이다).

그리고 소련이 독일에 패배하는 것이 모든 사람의 상식이라고 했던 전쟁을 이기게 된 이유도 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전쟁 초기의 무참한 패배에서 신속하게 전열을 재정비하고, 지휘 체계를 효율화하고, 지휘관들을 양성했으며, 국민들은 (어찌 되었든) 희생을 감수하면서 독일과의 전쟁에 모든 것을 바쳤다. 바로 추위라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조건이 아니라 불리한 조건을 이겨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리처드 오버리는 거기에 스탈린의 역할도 덧붙이고 있다. 그가 수많은 사람을 살상한 무자비한 독재자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전쟁에서의 그의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분명 전쟁에서 (특히 초기에) 적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지만, 그 실수를 깨달았고, 전쟁의 많은 부분을 전문가에게 맡겼다. 전쟁이 끝나고 전쟁 승리의 모든 영광은 독차지하였지만, 전쟁 중만큼은 자신만이 옳다고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스탈린의 역할은 전쟁에서의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면서 거의 혼자서 승리를 이끌었다는 견해나, 그의 사후 그의 역할을 역사에서 배제시켜버리는 태도 그 사이 어딘가에 있었던 것이다.

이제 소련이라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그렇다고 그 전쟁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그들이 그처럼 막대한 희생을 치른 이유도 사라지지 않으며, 그들이 결국에는 승리할 수 있었던 요소에 대해서도 왜곡해서는 안 된다(물론 이에 대한 진실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물론 그 승리에도 불구하고 그 승리를 이끄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 인민들의 삶은 영광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전쟁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