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수록된 ‘윤기’의 글에서 볼 수 있는 19세기는 권문의 세도로 인한 인사의 파행, 이로 인한 인재선발의 관문인 과거의 폐단, 세상 사람들의 황금만능주의 사상의 범람 등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살황 아래서 윤기의 관심은 19세기 초반의 어두운 사회 현실에 깊게 닿아 있었다. 따라서 그가 묘사한 19세기는, 17~18세기에 형성된 야담에서 나타나는 활발함과 역동감,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정서가 넘치는 인간 유형이 아니라, 집안도 다스릴 수 없는 무능한 가장, 재물욕(財物慾) 때문에 은혜를 저버린 인물, 무한한 소비 욕망으로 인해 패가망신한 젊은이, 교활하고 뻔뻔한 여주인. 이들은 이른바 긍정적 인물 형상이 아니다. 경제 사회의 발달 과정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부정적인 인물 부류다. 이는 오늘의 세태와 너무도 닮았지 않은가? 올곧고 성실한 삶을 바라는 윤기와 같은 사람이 이러한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차라리 벙어리로 살리라”고 말하는 윤기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