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는 당시 외서 중 가장 높은 선인세를 치룬 작품으로 유명했지요. 나온지도 꽤 되었으나 전 친구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늦깎이로 하루키 읽기 모드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방대한 분량으로, 한 권이 평균 65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었지만 술술 넘어갔습니다. 소설을 재미 기준으로 보는 습관이 든 제게, 그의 소설은 미스테리를 풍기는 궁금증을 유발시키면서 책장을 계속 넘겨 결론을 알고 싶어지게 하는 힘이 있었지요.

내용을 줄거리만 가져다 놓고 이야기하면 딴 세상 이야기라 다소 황당할 수 있으나, 일단 모든 주변 인물들과 흥미로운 장치와 상징적 요소들을 생략하고 간략히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날 문득 여주인공은 자신이 달이 두 개가 떠있는 새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실제로 여주는 어떤 선택으로 인해 역사가 미묘하게 틀어져 있는 다른 세상으로 들어온 것이었지요. 그 원천은 '선구'라는 종교 단체의 배후에 있는 '리틀 피플'이라 불리는 다른 차원의 존재 때문이었는데, 보이지는 않지만 이 세상을 지배해온 존재들 입니다.

작가 지망생인 남주인공은 한 신비한 소녀가 들려준 이야기를 리라이팅하며 그들에게 연루됩니다. 킬러인 여주인공은 선구의 리더를 죽인 것을 계기로 리틀 피플에 쫓기구요. 여주와 남주는 서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첫사랑이었는데, 다른 경로를 통해 이렇게 리틀 피플의 적이 됩니다. 그렇게 쫓기며 결국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두 주인공이 갖은 엇갈림 끝에 만나게 되고, 서로 힘을 합쳐 1Q84년의 세상을 벗어나 다른 세상으로 탈출하게 되지요.

책을 읽으며 하루키가 또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냈군, 근데 이거 원래부터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던 거야?

라는 두 가지 생각이 교차 했습니다. 그들이 틀어진 1Q84년의 세상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존재를 찾게 된 것이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엄청 낭만적인 이야기이지요. 몇 십년 동안 서로를 변함없이 그리워하고, 첫사랑으로 세상의 혼돈을 극복하다니.

소설의 세계는 실제와 환상이 뒤섞여 있으면서도 구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주인공조차도 어디서부터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혼란스러워 합니다. 이조차 작가가 의도한 것이 아닌가도 싶네요. 그래서 좋아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저는 어쩐지 얄궂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세상에 다녀온 이 느낌, 새롭습니다, 휴가철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