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의 길에서 길어낸 그림 형제의 우애, 학문 그리고 인생
메르헨 수집, 독일어 사전 편찬, 고대 문헌 연구, 투쟁하는 정치인, 언론인……
독일 인문학의 기틀을 마련한 그림 형제
하나우에서 브레멘까지, 600킬로미터에 이르는 동화의 길을 걸으며
그림 형제의 위대한 삶을 만나다
〈백설 공주〉〈헨젤과 그레텔〉〈개구리 왕자〉〈브레멘 음악대〉〈라푼첼〉〈아셴푸텔(신데렐라)〉 등은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쯤 읽어 보았을 유명한 이야기들이다. 이 이야기들은 그림 동화Grimms Marchen라 불린다. 그림 동화를 세상에 내놓은 사람들은 독일의 그림 형제Bruder Grimm(형 야코프 그림, 1785~1863|동생 빌헬름 그림, 1786~1859)이다. 그들은 우리에겐 단순히 동화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언어, 민속, 문헌, 역사 분야에 걸쳐 독일이 자랑하는 인문학의 든든한 기틀을 구축한 주역이다. 평생 동안 놀라운 양의 저작물을 남긴 것은 물론, 독일 최초의 방대한 사전 편찬을 시작하고 독어독문학의 물꼬를 텄으며, 나폴레옹 침략 이후 패배와 좌절에 신음하던 게르만족의 잠재력을 일으켜 세운 정치인이자 언론인이었다. 유로화 통합 이전 독일 화폐 최고 단위 1,000마르크를 장식한 영광의 얼굴이 바로 그림 형제였다. 그들은 평생 함께 살며 학문에 대한 열정과 남다른 우애로 지의 세계를 만들어 갔다.
독일에는 ‘메르헨 길Marchen Straße’이라는 것이 있다. 메르헨은 옛이야기, 동화라는 뜻이고, 학술적으로 민담民譚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메르헨 길은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있는 하나우에서 시작해 슈타이나우, 마르부르크, 카셀, 괴팅겐, 하멜른, 브레멘까지 그림 동화의 배경이 된 곳들과 그림 형제의 삶을 따라가는 환상적인 동화의 길이다. 600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길에는 60여 개의 도시와 마을, 그리고 8개의 국립공원이 포함되어 있다. 그림 동화를 좋아하고 그림 형제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여행길이다.
20년 가까이 그림 형제를 가슴에 품어 온 저자 손관승은 이 동화의 길을 따라 걸으며 그림 형제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는 자기만의 인생을 흔들림 없이, 끝까지 천천히 걸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림 형제에게서 읽는다. 이 책 《그림 형제의 길》은 동화 작가로만 널리 알려진 그림 형제의 깊고 넓은 학문 세계와 인생을 독일 근대 역사와 문학, 그리고 스토리텔링의 힘이라는 관점으로 촘촘하게 풀어낸 인문 기행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