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통사』의 저자 조동일 교수가 동서고금의 명시(韓 · 漢 · 日 · 英 · 佛 · 中 · 獨의 7개 언어)를 엮어 빼어나게 해석한 연작 시집이 출간된다. 엮은이는 국문학과 세계문학 탐구로 얻은 식견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시들을 한 단계 깊이 통찰하여 연주한다. 그는 세계의 시들을 한자리에 모아, 원문을 번역하고, 시들을 서로 비교하면서, 작자, 시대 등의 지식에 의존하기보다는 작품 자체로서 이해하려 했다. 따라서 독자들은 세계의 명시들을 한자리에서 주제별로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린다.
1권 『실향의 노래』는 고향을 잃고 읊조리는 슬픈 멜로디라고 할 수 있다. 엮은이는 시인들의 노래가 결핍의 하나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모두 실향과 유사한 상실 또는 결핍의 아픔을 저마다 가지고 있다. 어찌 보면 고향이라는 터전을 잃고 뿌리가 없는 도시에서 유랑하는 이들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인들은 100여 년 전 망국의 설움을 당해보았고, 직간접적으로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이 노래는 남 이야기 같지 않고 절실하게 다가온다.
이 시집에는 한국만이 아니라 아프리카, 인도, 월남에서 나라와 고향을 빼앗긴 사람들의 울부짖음과 영탄의 애가가 다수 실려 있다. 역사의 비극 속에서 삶의 터전과 마음의 안식처를 잃은 이들의 노래가 어떤 잔향처럼 들리는 듯하다.
그래도 시간의 심연에 뛰어들게 해주세요.
지나간 시절을 헤치고 건져 올리렵니다.
누구도 보지 못한 그 보물들을 가져와서
제가 수고하는 보람이 있도록 하는 것이
넘어진 조국이여! 당신을 위한 소망입니다.
데로지오 「인도, 나의 조국이여」 가운데에서
그럼에도 지나간 시절의 보물을 가져와 조국을 위한다는 소망의 끈이 한줄기 빛처럼 영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