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얬다.
위도 아래도 오른 쪽도 왼 쪽도 그저 새하얬다.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었다.
“정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군.”
“정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네.”
처음에 들려온 목소리가 대답했다.
“하지만 곧 다시 보이게 될 거야.”
“보이게 되겠지.”
“만약 보이게 된 후에 눈앞에 아무 것도 없으면 어떨까? 좀 기쁠 것 같지 않아?”
“그렇겠지. 하지만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난 알고 있어.”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어떻게 할 거야?”
“글쎄…. 여기 있어봤자 별 뾰족한 수도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잖아.
아마 출발하겠지. 그 뿐이야.”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된 인간 키노와 말하는 이륜차 에르메스의 여행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