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서의 문학과 인간의 위상을 진지하게 탐색하는 임철규 교수의 첫 평론집. 희극·비극의 장르이론을 포함하여 예술의 일반이론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리얼리즘 문학에 나타난 인간과 사회상황에 대한 투철한 인식을 펼치는 글들을 통하여 저자는 그 폭넓은 관심구조 속에서 예술과 삶의 살아 있는 양식들을 간파한다.
현실을 모순과 적의의 대상으로 거부한 자아가 다시 그 현실로 돌아올 때, 현실의 본질은 모순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순의 실체인 현실 이외에 돌아갈 또 다른 세계는 없다. 현실의 본질이 모순인 한, 고전주의의 세계관인, 이상적인 것이 현실적이고 현실적인 것이 이상적인 세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낭만주의자들이 추구한 초월적인 가치의 세계도 경험적인 실체가 아닌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의 실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은 경험적인 현실뿐이다.
리얼리즘의 세계인식의 기초가 되는 것은 모순의 세계다. 이 모순의 극복은, 자아 밖의 다른 사람들을 부정하고 희생시키면서 자아를 확인하고자 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현실과 자기 밖의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자기 문제로 인식할 때에야 가능하다. 현실의 모순을 극복해 이 현실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자 하는 것이 리얼리즘의 기본정신이라면, 리얼리즘의 기본 정신에 의해서 모더니즘의 절망적인 인간상은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 리얼리즘 문학의 역사적 사명은 이러한 차원에서도 깊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