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열거하는 이름들의 공통점을 맞춰 보라. 오셀로, 제시카, 자크네타, 프로스페로, 티타냐, 줄리엣...? 영국인이라면 이즈음에서 '셰익스피어'를 바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위에 열거한 이름들은 모두 셰익스피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름이다. 하지만 또하나. 이것들은 장미의 이름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에 열광한 어느 원예가가 자신이 만들어낸 장미에 주인공들의 이름을 붙여준 것. 자, 그렇다면 꼭 네덜란드가 원산지일 것 같은 '튤립'의 어원은 어디서 유래된 것일까? '튤립'이라는 이름은 페르시아의 '터번'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꽃이 터번 모양이라서가 아니라 터키 남성들이 터번에 튤립을 꽂고 다녔기 때문이라는데... 희귀한 새 깃털이 모자가게에서 비싼 값으로 팔렸던 것처럼 한때 희귀한 튤립도 비싼 가격에 팔려나갔다고 한다.
과학 교양지 가 '2002년 최고의 서적'으로 꼽은 20권의 책 중 단연 3위를 차지한 이 책은, 미국의 여류시인이자 교수인 저자가 자신의 정원을 직접 가꾸면서 써내려간 생태수필이다. 가령 '튤립' 하나를 설명하면서도 튤립의 학명과 어원, 관련 민담 및 설화, 역사적 사건, 유명한 문인의 인용구, 약초적 성격 및 쓰임, 기르는 방법, 주변 환경 및 다른 식물들과의 조경학적 원리까지 총망라되어 있다고 보면 되는데,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수필이라기 보다 식물에 관한 온갖 원예학적, 인문학적 지식이 가득한 보고서라 할 만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정원 가꾸기의 노하우, 여기에 계절에 따른 정원 주변의 곤충 및 동식물의 변화를 함께 묘사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약간 버거운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이랄까. 하지만 각 장에서 보여주는 과학적 관찰력과 자연주의 철학, 적절한 인용구, 시적 은유가 어우러진 문장 등은 이 책을 '정원 가꾸기'에 관한 단순한 신변잡기식 글과는 단연 격을 달리하는 책으로 구별짓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