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와는 전혀 맞지 않고, 실용성이라는 면에서도 별로 할 말이 없고, 꼭 갖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면서 갖고 싶고, 비용이 그리 많지 않다고 여겨지니 쉽사리 손에 넣을 수도 있고, 그래서 낭비를 했다는 죄책감까지는 갖지 않아도 좋고, 그러면서 얻었다는 성취감에 기분은 꽤 좋아지고. 이게 내가 문구에 관심을 꾸준히 갖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어쩌면 어릴 때에 마음껏 갖지 못했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가 남아 있어서일 수도 있고.)

비슷한 책을 읽었던 것도 같은데, 읽기 전에는 설레는 기분도 좀 느끼는데, 막상 읽으면서는 또 시들해진다. 그렇구나, 세상에는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많구나, 그러니 문구점이 여전히 번성하고, 문구 수집가도 꾸준히 생기고, 문구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도 계속 나오고. 문구 중 어떤 것은 장인정신과 이어져 예술품으로 탄생하기도 하고. 나야 그런 전통이 있다거나 명품 축에 끼는 문구를 취해 보고자 애써 본 적은 없지만 글로 읽는 일만큼은 재미를 느끼는 편이니 가치만큼은 부인하고 싶지 않다. 책은 서서히 심심해지고 말았지만.

한 편 한 편 길지 않고 짧은 숨에 읽을 수 있다. 일본인이 쓴 작품이니 일본의 문구 사정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고, 다른 점도 좀 있기는 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에서 만든 문구를 더러 쓰고 있기도 하니 친숙하다면 친숙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일본의 문구점을 직접 탐방해서 원하는 문구를 얻기도 하는 걸 보면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고. 문구에 관해서라면 누구든 몇 가지 정도는 할 말이 있을 듯한데, 우리의 발명품 중에 참 건전하고 근사한 품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비슷한 책이 나오면 심심하다 하면서 나는 또 읽을 것 같다는 생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