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미국현대미술 최전성기에 발표되어 미국 미술계에 커다란 파문을 던졌던 문제작. 저자 톰 울프는 모더니즘 이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미술은 더 이상 눈에 보이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색과 형태만을 표현하도록 진화한다'는 주장을 정면에서 공격한다. 그에 따르면 소수의 '문화적인' 부르주아들이 다른 '속물' 부르주아들과 달라 보이기 위한 욕구를 채워 주는 것이 아방가르드의 상징인 현대 추상 미술이며, 현대 미술가는 한발은 예술가 동네에, 한발은 후원가들의 동네에 각각 걸쳐 놓고 있는 고도의 처세가이다.
따라서 더이상 그림 자체는 중요하지 않고 무언가 의미있는 듯한, 그러나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미술이론이 전면에 부상했으며, 이 새로운 이론에 얼마나 잘 부합되는 그림을 그리느냐가 화가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게 되었다. 모더니즘 비평의 총아 그린버그나 로젠버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도 다 이에 따른 것. '태초에 말씀(이론)이 있었다' 가 현대 추상 미술계를 묘사하는 가장 적절한 문장이 된 셈이다.
25년이 지난 현재, 특히 매우 다양한 현대미술운동이 혼재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의 주장의 맞고 그름을 논한다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은연중에 서양미술사의 절대진리처럼 여겨지는 모더니즘 미술사의 계보를 한번쯤 거꾸로 생각해 보는 것은 현대 미술을 보는 시각을 훌쩍 넓혀 줄 것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더해 톰 울프의 문체와 위트는 풍자적인 비평서의 모범을 보여줄 만큼 빼어나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게, 한달음에 읽어내려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