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건국신화는 나라의 필요성을 느낀 여섯 마을의 촌장들이 자신들의 임금을 내려달라고 하늘에 제사를 드리면서 시작된다. 흰말이 가져온 알에서 혁거세가 태어나고 같은 시간 계룡의 옆구리에서 알영이 태어남으로써 미래의 왕과 왕비가 출현한다. 그러나 신라 건국신화의 특징은 박혁거세 한 명으로 건국이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훗날 석씨, 김씨의 시조가 되는 탈해, 알지까지 세 명이 건국의 영웅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하나의 나라를 완성하는 데 있어 뜻이 다르고, 피가 다를지라도 서로 돕고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는 신라의 건국 철학이 숨어 있다. 신라 건국 초기에는 이렇듯 혈통의 정통성보다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바다를 건너온 탈해가 남해왕의 사위가 된 후 나중에 왕위에 오르고, 탈해왕이 데려온 알지의 6대손인 미추가 신라의 열세 번째 왕이 되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신라 건국신화에서는 다른 신화에서는 볼 수 없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죽은 혁거세왕의 몸이 승천을 한 뒤 다섯 동강이 나서 땅으로 떨어진다는 에피소드이다. 고조선의 단군이 산신이 되고, 고구려의 주몽이 하늘로 올라가면서 이야기가 끝나는 데 비하면 독특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다섯 동강은 주요 곡식, 즉 오곡을 가리키며, 혁거세가 죽은 이후 백성들의 농사를 보살피는 신이 되었음을 상징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또한 호공이라는 인물이 자세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호공은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에 바다를 건너온 왜인, 허리에 박을 차고 와 호공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등으로 짤막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이 책에서는 호공과 그의 아들이 혁거세왕과 남해왕의 지혜로운 신하가 되어 활약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