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는 흔히 잃어버린 왕국, 미완의 문명으로 표현되곤 한다. 신라에 정복당하긴 했어도 700년 동안 역사가 이어졌던 나라이기에 고구려, 백제, 신라와 함께 사국 시대로 불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가야 건국신화는 구지봉으로부터 들려오는 노랫소리에서 시작된다. 가야 땅에 나라가 생기기 전 아홉 마을의 우두머리였던 아홉 간들이 모여 하늘에 임금을 청하며 부르던 노래가 바로 ‘구지가’다. 구지가를 부르자 하늘에서 여섯 개의 알이 내려온다. 알에서 깨어난 여섯 아이 중 으뜸인 수로는 대가락국을 세우고, 나머지 다섯 사람이 서로 다른 곳에서 나라를 세우면서 여섯 가야를 이루는 것이다.
신라의 혁거세와 마찬가지로 가야의 수로 역시 알에서 태어난다. 알에서 태어나는 것 자체가 일반인의 탄생과는 다름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알은 태양을 가리키는 것으로 태양의 자손, 하늘의 자손임을 상징한다.
『가야 건국신화』에는 수로왕의 독특한 결혼식 장면이 들어가 있다. 가야의 수로왕과 결혼하기 위해 멀리 아유타국의 공주인 허황옥이 찾아오는데, 아유타국은 옛날 인도에 있던 나라이다. 수로왕과 허황옥 왕후는 우리나라 최초로 국제 결혼을 한 인물인 셈이다. 기록을 통해 당시에도 바닷길을 따라 국제적 교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건국신화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고려 시대까지 김수로와 허황옥의 첫 만남을 소재로 한 놀이가 있었으며,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가 같은 조상임을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수로왕과 허황옥의 만남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에는 두 개의 가야 건국신화가 들어 있다. 하나는 『가락국기』에 나와 있는 널리 알려진 가야 건국신화이고, 다른 하나는 정견모주라는 여신이 수로왕의 어머니라는 또 다른 건국신화이다. 물론 지금까지 알려진 가야 건국신화와는 많이 다르지만 또 하나의 건국신화로 손색이 없으며, 오히려 두 이야기를 비교해 읽으면 재미와 의미가 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