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과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현실에 핍진한 글쓰기를 해온 해이수의 두 번째 소설집. 소설집의 표제작인「젤리피쉬」는 따뜻한 남반구의 호주를 배경으로 고액 과외를 제의받은 한 남자가 매혹적인 열일곱 소녀를 만나 그녀와 함께 차츰 ‘소통’과 ‘배려’에 대해 생각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다른 사람 혹은 사물의 처지 따위는 전혀 의식하지 않거나 고려하지 않는 일종의 자폐 또는 소통 장애 증상”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는 한 맹랑한 소녀를 만난 주인공은 까다로운 성격에 천방지축인 소녀, ‘사적인 것을 묻지 말 것’ ‘내가 하자는 대로 할 것’과 같은 특별 조항을 만들어 과외 선생을 들인 이 소녀에게 해양 생물 스티커 붙이기와 같은 단순하지만 매우 간단하고 직접적인 소통을 꾀한다. 잘했으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붙이고, 그것이 늘면 상(償)이 따른다. 남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물에게 이러한 방법만큼 직접적이며 명확히 자신을 사랑해주는 방법이 또 있을까.